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경제상식

한 나라 경제를 흔들어버린 전설의 부자, 만사 무사 이야기

by 오늘도 한 입 경제 2025. 3. 11.

 

혹시 지금까지 살면서 ‘세상에서 가장 돈이 많았던 사람’이 누구인지 궁금해 본 적 있나요? 아마 많은 사람들이 빌 게이츠, 일론 머스크, 혹은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를 떠올릴 거예요. 하지만 역사 속에는 이들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어마어마한 재산을 가진 사람이 있었어요.

그 주인공은 바로 14세기 서아프리카의 ‘말리 왕국’을 통치했던 만사 무사(Mansa Musa). 현대 화폐 가치로 환산하면 그가 가졌던 재산이 무려 400조 원 이상이었다고 합니다. 이 정도면 지금 세계 최고 부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재산을 전부 합쳐도 한참 모자라겠죠?

그런데 이 사람, 단순히 돈만 많았던 게 아닙니다. 그는 자신의 부를 제대로 과시하다가 한 나라의 경제를 망가뜨린 전설을 남겼어요.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요? 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지금부터 풀어볼게요.


1. 황금이 넘쳐나는 나라, 말리 왕국

만사 무사는 1280년경, 서아프리카의 말리 제국에서 태어났어요. 당시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강력한 왕국 중 하나였죠. 그의 조국은 황금과 소금 무역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했어요.

여기서 잠깐, ‘소금?’ 하고 의아해할 수도 있어요. 요즘은 마트 가면 천 원도 안 되는 가격에 살 수 있지만, 당시에는 소금이 금만큼 귀한 자원이었어요. 냉장고가 없던 시대에는 소금이 음식 보관에 필수적이었거든요. 말리 왕국은 이 소금을 거래하며 금을 쓸어 담았습니다.

그리고 이 나라에서 태어나 왕이 된 사람이 바로 만사 무사입니다. 그는 1312년에 왕위에 올랐고, 말리 왕국을 전성기로 이끌었어요. 당시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금의 절반 이상이 말리 왕국에서 나왔을 정도였다고 하니, 상상이 가나요?

그렇다고 해서 그가 단순히 금고에 금을 쌓아놓고 흐뭇하게 바라보던 왕은 아니었어요. 만사 무사는 돈을 그냥 쟁여두는 게 아니라,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어요. 그리고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사건이 벌어지죠.


2. 순례 여행 중, 나라 경제를 흔들어 버리다

1324년, 만사 무사는 이슬람 신자로서 성지순례(하즈)를 떠나기로 결심해요. 그런데 이 여행이 좀 남달랐습니다.

그냥 몇몇 수행원들과 조용히 다녀온 게 아니라, 엄청난 규모의 행렬을 이끌고 떠났거든요. 숫자로 보면 감이 안 올 수도 있는데, 실제로는 6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와 함께 이동했습니다. 낙타는 수만 마리, 그 낙타들마다 금을 가득 실었어요. 그냥 지나가기만 해도 사람들이 넋을 놓고 바라봤을 겁니다.

이런 대규모 행렬이 지나가던 나라 중 하나가 이집트였어요. 이곳에서 만사 무사는 엄청난 양의 금을 퍼부었습니다. 사람들에게 뿌리고, 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 거침없이 사용했죠. 돈이 많으니까 기분 좋게 쓰는 건 이해하지만, 문제는 이 금의 양이 너무 많아서 이집트 경제에 큰 혼란이 생겼다는 것이에요.

금이 흔해지니 자연스럽게 그 가치가 폭락했습니다. 물가는 미친 듯이 치솟았고, 결과적으로 이집트 경제가 무려 10년 동안 혼란에 빠졌어요. 한 나라의 통화 가치가 한 사람의 소비 때문에 요동친다는 게 말이 될까요? 하지만 실제로 일어난 일입니다.

이 사건은 유럽과 중동에도 알려졌고, 사람들은 "아프리카 어딘가에 황금으로 가득 찬 나라가 있다"는 소문을 퍼뜨리기 시작했어요. 그 덕분에 14세기 유럽 지도에는 말리 왕국이 ‘황금의 나라’로 표기되었고, 어떤 지도에는 만사 무사가 손에 황금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했습니다.


3. 그 후, 말리 왕국의 운명은?

순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만사 무사는 말리 왕국을 더욱 강력한 나라로 만들려고 노력했어요. 수도 "팀북투(Timbuktu)"를 학문과 문화의 중심지로 발전시켰고, 산코레 대학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중 하나를 세웠죠.

하지만, 그의 사후 말리 왕국은 점점 쇠퇴하기 시작했습니다. 주변 국가들의 침략과 내부 분열이 이어졌고, 결국 16세기경에는 더 이상 강대국이 아니었어요.

그럼에도 불구하고, 만사 무사의 이름은 역사에 길이 남았습니다. 단순한 부자가 아니라, 자신의 부를 활용해 문화를 발전시키고, 동시에 한 나라의 경제를 흔들어놓은 인물이었으니까요.


결론: 돈이 많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

만사 무사의 이야기를 보면, 돈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졌는지 알 수 있어요. 하지만 한편으로는 돈을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어도, 그걸 제대로 쓰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죠.

그가 조금만 더 신중하게 돈을 사용했다면, 이집트 경제가 그렇게까지 흔들리진 않았을 겁니다. 물론 그 당시엔 그런 개념이 없었겠지만요.

그리고 현대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. 예를 들어, 큰손 투자자들이 한 종목을 대량 매수하거나 매도하면 주가가 크게 출렁이죠. 어떤 면에서는 만사 무사의 황금 살포와 다를 바 없어요.

결국 중요한 건 돈이 얼마나 많냐가 아니라, 그걸 어떻게 쓰느냐입니다. 만사 무사는 역사상 가장 부유한 사람이었지만, 그의 행동이 모든 결과를 좋게 만들지는 않았어요. 돈은 힘이지만, 동시에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무기 같은 존재라는 걸 우리는 그의 이야기를 통해 배울 수 있습니다.

그렇다면, 여러분이라면 만사 무사처럼 어마어마한 부를 가진다면 어떻게 쓰겠어요?